[상속·증여 기초 #51] 상속세 및 증여세법 33조, "신탁하면 증여세 없다"는 말과 달리 3억원은 신탁을 거쳐도 3,880만원
- 부모가 신탁을 만들고 자녀를 수익자로 정하면, 자녀는 "신탁의 이익을 받을 권리"를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냅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3조).
- 신탁을 거친다고 세금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 증여한 것으로 보느냐와 얼마로 평가하느냐만 달라집니다.
- 신탁으로 증여세가 아예 빠지는 길은 장애인 신탁(제52조의2)과 공익신탁(제52조) 두 가지뿐이고, 일반 자녀에게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한 줄 답
부모가 신탁을 만들고 자녀를 수익자로 정하면, 자녀는 "신탁의 이익을 받을 권리"를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냅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3조). 신탁을 거친다고 세금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 증여한 것으로 보느냐와 얼마로 평가하느냐만 달라집니다. 신탁으로 증여세가 아예 빠지는 길은 장애인 신탁(제52조의2)과 공익신탁(제52조) 두 가지뿐이고, 일반 자녀에게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은행에서 신탁에 넣으면 증여세가 안 나온다던데요"
2026년 6월, 서울 마포에서 프랜차이즈 카페 여섯 곳을 운영하는 예순여덟 살 김 사장님이 상담실을 찾았습니다. 손에는 은행 자산관리 상담 때 받은 상품 안내문이 들려 있었습니다. 서른다섯 살 딸에게 현금 3억원을 넘기고 싶은데, 은행에서 "금전신탁에 넣고 따님을 수익자로 지정하면 증여세 없이 넘길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김 사장님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퇴직금으로 작은 커피집 하나를 열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딸은 대학 시절 내내 주말마다 매장에서 일을 도왔고, 간판과 메뉴판을 직접 그려 준 것도 딸이었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할 때 김 사장님은 처음으로 웃었습니다.
딸은 결혼해 아이가 둘이고, 남편과 함께 작은 디자인 회사를 하고 있습니다. 김 사장님은 딸이 집을 넓히는 데 보태 주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한꺼번에 주면 사위 사업 자금으로 들어갈까 걱정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신탁에 넣어 두고 몇 년에 걸쳐 나눠 주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고 했습니다.
"신탁은 내 돈을 은행에 맡기는 거고, 딸은 거기서 이익만 받는 거니까 증여가 아니라던데요. 맞습니까?"
김 사장님이 궁금한 것은 셋이었습니다. 신탁으로 주면 정말 세금이 없는지, 없다면 왜 다들 안 하는지, 그리고 나눠 주는 방식이 세금에 어떤 차이를 내는지.
법은 뭐라고 하나
타익신탁은 증여입니다. 제33조 제1항은 신탁계약으로 위탁자가 타인을 신탁 이익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받을 수익자로 지정하면, 그 신탁의 이익을 받을 권리의 가액을 수익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정합니다. 위탁자가 증여자, 수익자가 수증자입니다. 신탁회사가 중간에서 재산을 관리한다고 해서 부모에게서 자녀로 넘어가는 경제적 이익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본인을 수익자로 하는 자익신탁은 증여가 아니지만, 그 경우 자녀에게 넘어가는 것도 없습니다.
신탁과 명의신탁은 다릅니다. 신탁법상 신탁은 재산이 실제로 수탁자(신탁회사)에게 넘어가고, 위탁자는 계약에 따른 권리만 갖습니다. 반면 명의신탁은 실제 주인은 그대로 두고 등기나 주주명부의 이름만 남에게 빌려 두는 것입니다. 명의신탁은 별도 규정(제45조의2)으로 명의자에게 증여세를 매기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신탁은 은행·증권사·신탁회사와 계약하는 신탁법상 신탁입니다.
수익자가 아직 없으면. 제33조 제2항은 수익자가 특정되지 않았거나 아직 존재하지 않으면(예를 들어 "앞으로 태어날 손주") 일단 위탁자나 그 상속인을 수익자로 보고, 수익자가 특정되거나 생기는 때에 새로 신탁한 것으로 보아 과세한다고 정합니다. 수익자를 비워 두는 것으로 과세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언제 증여한 것으로 보나. 시행령 제25조 제1항이 정합니다. 원칙은 원본이나 수익이 수익자에게 실제로 지급되는 날입니다. 예외가 셋 있습니다.
- 수익자가 이익을 받기 전에 위탁자가 사망하면: 위탁자가 사망한 날
- 약정한 날까지 지급하지 않으면: 지급하기로 약정한 날
- 여러 차례 나눠 지급하면: 최초로 지급한 날(이때 앞으로 받을 몫 전체를 한꺼번에 평가)
그런데 마지막 예외에 다시 단서가 붙습니다. 계약 때 원본이나 수익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위탁자가 신탁을 해지할 권리, 수익자를 바꿀 권리, 신탁이 끝난 뒤 잔여재산을 돌려받을 권리를 쥐고 있어 사실상 신탁재산을 지배하면, 최초 지급일이 아니라 매번 실제로 지급되는 날마다 그때 받은 만큼 증여한 것으로 봅니다. 2021년 2월 17일 이후 증여분부터입니다.
얼마로 평가하나. 시행령 제61조입니다. 원본과 수익을 같은 사람이 받으면 신탁재산 가액 그대로입니다. 수익만 받을 권리는 앞으로 받을 각 연도 수익금을 연 3%로 할인한 현재가치의 합계입니다(시행규칙 제19조의2, 2026년 1월 개정 후에도 3%). 다만 평가기준일에 계약을 해지해 받을 수 있는 일시금이 더 크면 그 일시금으로 평가합니다.
소득세는 따로 냅니다. 수익자가 받는 신탁 이익에는 이자·배당소득세가 붙고, 이와 별개로 증여세가 붙습니다. 하나를 냈다고 다른 하나가 빠지지 않습니다.
숫자로 보기
김 사장님이 딸에게 3억원을 넘기는 방법을 나란히 놓았습니다. 딸은 성년이라 직계존속 증여재산공제 5,000만원, 신고세액공제 3%를 반영했습니다.

| 구분 | ① 바로 증여 | ② 신탁 후 3년 뒤 원본 3억원 지급 | ③ ②인데 지급 전에 김 사장님 사망 |
|---|---|---|---|
| 증여일 | 오늘 | 3년 뒤 실제 지급일 | 사망일 |
| 증여재산가액 | 3억원 | 3억원 | 3억원 |
| 과세표준 | 2억 5,000만원 | 2억 5,000만원 | 2억 5,000만원 |
| 산출세액 | 4,000만원 | 4,000만원 | 4,000만원 |
| 낼 증여세 | 3,880만원 | 3,880만원(3년 뒤) | 3,880만원 + 상속세 계산과 함께 검토 |
①은 2억 5,000만원 × 20% − 누진공제 1,000만원 = 4,000만원, 신고세액공제 120만원을 빼면 3,880만원입니다. ②는 금액이 똑같고 시점만 3년 뒤입니다. 은행 안내문의 "증여세가 없다"는 말은 지금 당장은 고지서가 안 나온다는 뜻이었을 뿐입니다. ③은 김 사장님이 지급 전에 세상을 떠나면 그날이 증여일이 되는 경우입니다. 부모 사망과 증여가 같은 날 겹치므로, 상속세 계산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따로 따져야 합니다.
원본이 아니라 수익만 주면 평가 방법이 달라집니다. 김 사장님이 3억원을 연 3% 확정 수익 상품에 신탁하고, 원본은 본인이 갖되 앞으로 10년간 수익만 딸이 받게 한 경우입니다.
| 수익권만 주는 경우 (원본 3억원, 연 3% 확정, 10년) | 금액 |
|---|---|
| 해마다 딸이 받는 수익 | 900만원 |
| 10년간 받을 수익 합계 | 9,000만원 |
| 연 3% 할인 현재가치(증여재산가액) | 약 7,677만원 |
| 과세표준(공제 5,000만원 차감) | 약 2,677만원 |
| 산출세액 | 약 268만원 |
| 낼 증여세(신고세액공제 후) | 약 260만원 |
| 비교: 해마다 900만원씩 직접 10년 증여 | 합산 9,000만원 → 388만원 |
할인 계산은 이렇습니다. 1년 뒤 받을 900만원은 900만원 ÷ 1.03, 2년 뒤 받을 900만원은 900만원 ÷ 1.03², … 10년 뒤 받을 900만원은 900만원 ÷ 1.03¹⁰으로 각각 줄여 더합니다. 열 개를 더하면 900만원의 약 8.53배, 7,677만원이 됩니다. 멀리 있는 돈일수록 덜 쳐 주는 셈입니다.
현재가치 할인 덕에 9,000만원이 7,677만원으로 평가되어 세금이 128만원쯤 줄어듭니다. "신탁으로 절세한다"는 말이 가리키는 것은 대개 이 정도 차이입니다. 그리고 이 할인은 조건이 맞을 때만 생깁니다. 수익률이 확정되지 않은 상품이거나 김 사장님이 해지권·수익자 변경권을 갖고 있으면, 최초 지급일 일괄 평가가 아니라 해마다 실제 받은 수익마다 증여로 봅니다. 그러면 직접 주는 것과 같아집니다.
| 같은 수익권, 계약서 조항에 따라 | 통제권 없음 + 수익 확정 | 통제권 있음 또는 수익 미확정 |
|---|---|---|
| 증여일 | 최초 지급일 한 번 | 해마다 실제 지급일 |
| 평가 | 10년치를 연 3% 할인해 한꺼번에 | 그해 받은 금액 그대로 |
| 10년간 증여재산가액 | 약 7,677만원 | 9,000만원 |
| 10년간 낼 증여세 | 약 260만원 | 388만원 |
| 김 사장님이 할 수 있는 일 | 해지·수익자 변경 불가 | 언제든 해지·변경 가능 |
표의 마지막 줄이 선택의 본질입니다. 128만원을 아끼려면 딸에게 준 권리를 10년 동안 되돌릴 수 없게 묶어야 합니다. 딸 부부 사업이 어려워져도, 손주에게 돌리고 싶어져도 계약을 바꿀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그 128만원보다 통제권이 더 소중하다고 답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신탁 절세"가 생각만큼 쓰이지 않는 것입니다.

판례와 예규
첫째, 위탁자가 손을 놓았느냐. 부모들이 신탁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녀에게 줘도 통제권을 쥘 수 있어서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통제권(해지권, 수익자 변경권, 잔여재산 귀속권)을 쥐고 있으면 세법은 아직 넘긴 게 아니라고 보고, 실제 지급 때마다 과세합니다. 통제와 할인은 함께 가질 수 없습니다.
둘째, 받지 않았으면 증여가 아니다. 수익자로 지정만 됐을 뿐 실제로 이익을 받지 않았고 지급 약정일도 없었다면, 증여세를 매길 수 없다는 판단이 있습니다(대법원 98두1069, 1999.3.15). 반대로 부모가 신탁회사를 통해 부동산을 팔고 그 대금을 수익자인 자녀들에게 나눠 지급했다면, 자녀 각자가 받은 대금에 증여세가 나옵니다. "신탁에 넣었다"가 아니라 "누가 언제 받았나"가 기준입니다.
셋째, 위탁자의 사망. 수익자가 이익을 받기 전에 위탁자가 사망하면 사망일이 증여일이 됩니다. 고령의 부모가 "나 죽으면 그때 딸에게 가도록" 신탁을 짜는 경우 이 규정이 그대로 걸립니다. 유언대용신탁처럼 사망을 계기로 넘어가는 구조라면 상속세 쪽(신탁재산을 상속재산으로 보는 제9조)과 함께 검토해야 하고, 어느 쪽이든 세금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넷째, 손주를 수익자로 하면. 김 사장님처럼 "딸 말고 손주 앞으로 해 두면 어떠냐"는 질문이 자주 나옵니다. 신탁을 거쳐도 손주가 받는 것은 조부모에게서 받는 증여라, 세대를 건너뛴 증여의 할증(산출세액의 30%, 미성년자가 20억원 넘게 받으면 40%)이 그대로 붙습니다. 손주가 미성년자면 증여재산공제도 2,000만원으로 줄어듭니다. 수익자를 바꾸면 그때 새 수익자에게 새로 증여한 것으로 보므로, 처음엔 딸로 했다가 나중에 손주로 돌리는 것도 증여가 한 번 더 생길 뿐입니다.
다섯째, 예외는 둘뿐. 신탁으로 과세가액에서 빠지는 것은 장애인이 수익자인 장애인 신탁(평생 5억원 한도)과 공익법인에 출연하는 공익신탁입니다. 일반 자녀에게 주는 신탁은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놓치면 손해 보는 것
| 무엇 | 언제까지 | 놓치면 |
|---|---|---|
| 신탁 이익 증여세 신고 | 증여일(실제 지급일 등)이 속한 달 말일부터 3개월 | 무신고 가산세 20%, 납부지연가산세 |
| 분할 지급 신탁의 매번 신고 | 위탁자가 통제권을 가진 경우 지급 때마다 | 해마다 쌓이는 가산세 |
| 신탁 수익에 대한 소득세 | 원천징수 또는 종합소득세 신고 | 증여세와 별도로 과세 |
가장 자주 사고가 나는 것은 "신탁이라 신고할 게 없다"고 생각하고 지나치는 것입니다. 해마다 수익이 자녀 계좌로 들어가는데 위탁자가 해지권을 갖고 있으면, 매번이 증여입니다. 10년 뒤 세무조사에서 한꺼번에 드러나면 가산세가 원래 세금만큼 붙을 수 있습니다.
미리 모아두어야 하는 자료는 신탁계약서(수익자 지정, 지급 시기, 위탁자 권리 조항), 수익 지급 내역, 수익률 확정 여부를 보여 주는 상품설명서입니다. 계약서의 위탁자 권리 조항 한두 줄이 증여 시기와 평가 방법을 통째로 바꿉니다. 금융회사의 표준 신탁계약서는 대개 위탁자가 언제든 해지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상품 안내문에 적힌 절세 효과가 그 표준 조항에서도 그대로 나오는지, 가입 전에 세무사에게 계약서 초안을 한 번 보여 주는 것이 가장 싼 보험입니다.
그래서 그분은

김 사장님은 신탁 상품 가입을 접었습니다. 은행 안내문의 "증여세 없음"이 사실은 "지금 당장은 신고할 일이 없음"이었고, 3년 뒤 같은 3,880만원을 내야 한다는 걸 표로 확인한 뒤였습니다.
대신 이렇게 했습니다. 올해 딸에게 3억원을 바로 증여하고 증여세 3,880만원을 신고·납부했습니다. 사위 사업 자금으로 섞이지 않도록, 딸 명의로 집을 넓히는 데 쓰는 자금 흐름을 계약서와 함께 남겨 두기로 했습니다. 은행 담당자에게는 그날 계산표를 보여 주고 "신탁 상품은 나중에 손주 학자금 관리용으로 다시 이야기하자"고 정중히 전했다고 합니다. 담당자도 "지금 당장 신고할 일이 없다는 뜻이었다"며 표현이 지나쳤다고 인정했습니다. 증여일이 명확하니 10년 합산 기간도 오늘부터 셉니다. 10년 뒤에는 증여재산공제 5,000만원을 다시 쓸 수 있습니다.
한 가지는 남겨 두었습니다. 김 사장님이 나중에 손주들 학자금을 오래 나눠 주고 싶다면, 그때는 신탁이 관리 수단으로 쓸모가 있습니다. 다만 그 경우에도 증여세는 손주가 받을 때마다(또는 최초 지급 때 일괄 평가로) 나온다는 전제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면, 신탁으로 주면 세금이 없다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신탁은 자녀에게 돈을 나눠 주고 관리하는 도구로는 쓸모가 있지만, 세금을 지우는 도구는 아닙니다.
한 장 정리
| 묻는 것 | 답 |
|---|---|
| 자녀를 수익자로 한 신탁은 증여인가 | 증여(제33조), 위탁자가 증여자·수익자가 수증자 |
| 언제 증여로 보나 | 원칙은 실제 지급일, 위탁자 사망 시 사망일, 약정일 미지급 시 약정일 |
| 나눠 주면 | 최초 지급일에 전체를 평가, 단 수익 미확정·위탁자 통제권 보유 시 매번 지급일 |
| 어떻게 평가하나 | 수익권은 각 연도 수익을 연 3%로 할인한 합계, 해지 일시금이 더 크면 그 금액 |
| 절세 효과 | 비과세 아님, 시점 이연과 현재가치 할인 정도(3억원 사례 수익권 방식 약 128만원 차이) |
| 세금이 빠지는 신탁 | 장애인 신탁(제52조의2), 공익신탁(제52조)뿐 |
| 소득세는 | 신탁 수익의 이자·배당소득세는 증여세와 별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