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절세 #30] 아빠 돈 3억, 딸 통장에 넣어 뒀다면
- 내 이름으로 된 통장에 있는 돈은 일단 '내 돈'으로 봅니다. 그렇지 않다는 건 가족이 증명해야 해요.
- 증여인지, 그냥 맡겨 둔 돈인지는 통장을 누가 쥐고 있었는지, 돈을 누가 썼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 명의자가 꺼내 쓴 돈은 "맡아 둔 돈"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요. 줄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증여로 신고하는 편이 오히려 쌉니다.
우리 집 이야기
일흔셋 박영호 씨는 퇴직하고 모은 정기예금 3억 원을 몇 해 전 큰딸 지은 씨 이름의 통장으로 옮겨 두었습니다. "아버님 이름으로 이자가 많이 잡히시네요"라는 은행 창구 직원의 말이 내내 마음에 걸렸거든요. 통장과 도장, 인증서는 지금도 영호 씨가 안방 서랍에 넣어 두고 있어요. 그런데 얼마 전 지은 씨가 아파트 중도금이 모자라 그 통장에서 4천만 원을 꺼내 썼습니다. "어차피 아빠 돈이고 이름만 내 건데, 괜찮겠지?" 정말 괜찮을까요?

먼저 결론부터
- 내 이름으로 된 통장에 있는 돈은 일단 '내 돈'으로 봅니다. 그렇지 않다는 건 가족이 증명해야 해요.
- 증여인지, 그냥 맡겨 둔 돈인지는 통장을 누가 쥐고 있었는지, 돈을 누가 썼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 명의자가 꺼내 쓴 돈은 "맡아 둔 돈"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요. 줄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증여로 신고하는 편이 오히려 쌉니다.
하나씩 따져 보기

통장 이름이 곧 주인으로 추정돼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 제4항을 보면,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들어 있는 재산은 명의자가 취득한 것으로 추정(반대 증거가 없으면 그렇다고 보는 것)합니다. 그런데 명의자가 그 돈을 자기 힘으로 모았다고 보기 어려우면, 이번에는 그 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하지요.
쉽게 말해 "이름만 빌려줬어요"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에요. 맡겨 둔 돈이라는 증명은 세무서가 아니라 가족이 해야 합니다.
빠져나갈 길은 '충분한 소명'이에요
같은 조 제3항은 돈의 출처를 충분히 소명(근거를 들어 설명)하면 증여로 추정하지 않는다고 정해 두었어요. 영호 씨 집이라면 아래 세 가지가 핵심 증거가 됩니다.
- 예금이 원래 영호 씨 명의 계좌에서 넘어왔다는 이체 기록
- 통장·도장·인증서·OTP를 영호 씨가 갖고 있었다는 점
- 그 돈이 영호 씨의 병원비나 공과금처럼 영호 씨를 위해 쓰였다는 기록

꺼내 쓴 4천만 원은 사정이 달라요
지은 씨가 자기 집 중도금으로 쓴 돈을 "아빠 돈을 맡아 뒀을 뿐"이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지은 씨에게 넘어가 지은 씨를 위해 쓰였으니까요. 이자를 지은 씨가 받아 써 왔다면 마찬가지예요. 이런 돈은 숨기기보다 증여로 정리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다시 돌려놓으면 끝일까요
"그럼 아빠 통장으로 다시 옮겨 두면 되잖아요?"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아요. 그런데 재산을 신고기한 안에 돌려주면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봐 주는 규정은 현금·예금 같은 금전에는 적용되지 않아요. 돈을 돌려준 것이 또 하나의 증여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돈을 옮기기 전에 처음 입금된 경위부터 정리해 두세요.
숫자로 보기


상황별로 세무서가 보는 눈
| 상황 | 세무서의 시각 | 증여세 |
|---|---|---|
| 통장·인증서를 부모가 보관하고, 부모를 위해 쓴 기록이 있음 | 맡겨 둔 돈(소명 가능) | 없을 수 있음 |
| 명의자가 꺼내 자기 집값·생활비로 씀 | 쓴 만큼 증여 | 쓴 금액에 과세 |
| 아무 기록도 없음 | 전액 증여로 추정 | 전액 과세 + 가산세 |
지은 씨 계산 예시 (지난 10년 동안 부모에게 받은 다른 증여가 없다고 가정)
| 구분 | 4천만 원을 기한 안에 증여 신고 | 3억 원 전액이 증여로 추정됨(조사에서 드러남) |
|---|---|---|
| 증여재산가액 | 4,000만 원 | 3억 원 |
| 증여재산공제(성년 자녀) | 5,000만 원 한도에서 4,000만 원 | 5,000만 원 |
| 과세표준 | 0원 | 2억 5,000만 원 |
| 산출세액 | 0원 | 2억 5,000만 원 × 20% − 1,000만 원 = 4,000만 원 |
| 신고세액공제 | 해당 없음 | 없음(기한 안에 신고하지 않음) |
| 가산세 | 없음 | 따로 붙음(요건 확인 필요) |
| 낼 세금 | 0원 | 4,000만 원 + 가산세 |
3억 원을 처음부터 기한 안에 신고했다면 신고세액공제 3%(120만 원)를 빼고 3,880만 원이었을 거예요. 같은 돈이라도 스스로 정리하느냐, 조사에서 드러나느냐에 따라 부담이 크게 달라집니다.

놓치기 쉬운 함정
- 통장과 인증서를 자녀에게 넘겨 버리는 경우: 그 순간부터 "부모가 관리했다"는 주장이 약해져요.
- 이자를 자녀가 받아 써 온 기록: 그 돈을 스스로 자녀 돈으로 인정한 셈이 될 수 있어요.
- 사업 매출을 가족 통장으로 받는 경우: 증여세로 끝나지 않아요. 매출을 빠뜨린 데 대한 세금이 추징되고, 불법 목적의 차명거래라면 금융실명법에 따라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 10년 합산을 잊는 경우: 예전에 받은 증여가 있으면 공제를 이미 써 버렸을 수 있어요. 큰 현금이 오가면 금융기관 보고 체계를 통해 드러나기도 쉽습니다.
근거 조문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재산 취득자금 등의 증여 추정) — 실명 계좌의 재산은 명의자 것으로 추정하고(제4항), 자기 힘으로 모은 돈이라 보기 어려우면 증여로 추정(제1항)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재산 취득자금 등의 증여 추정) — 돈의 출처를 충분히 소명하면 증여 추정을 적용하지 않음(제3항)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증여세 과세대상) — 신고기한 안에 돌려주면 증여로 보지 않는 특례가 있지만, 금전은 제외
-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3조(금융실명거래) — 실명 거래 원칙과 불법 목적의 차명거래 금지
우리 집 점검표
- [ ] 가족 이름으로 된 통장 가운데 실제 주인이 따로 있는 계좌를 목록으로 정리했다
- [ ] 처음 들어간 돈이 누구 계좌에서 왔는지 이체 기록을 확보했다
- [ ] 통장·도장·인증서·OTP를 누가 보관해 왔는지 확인했다
- [ ] 명의자가 꺼내 쓴 금액과 이자를 받아 쓴 내역을 정리했다
- [ ] 줄 마음이 있다면 10년 동안 받은 증여를 합산해 보고 기한 안에 신고하기로 했다
- [ ] 부모 병원비·간병비를 자녀 통장으로 내고 있다면 영수증과 이체 내역을 보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