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4조

[상속세절세 #15] 자녀가 낸 부모님 병원비, 상속세에서 빠질까

요점
  • 부모님께 재산이 있다면 병원비·간병비는 부모님 돈으로 내는 게 기본이에요. 자녀가 낸 돈은 그냥 두면 상속세에서 빼 주지 않을 수 있거든요.
  • 자녀가 먼저 낼 수밖에 없다면 "나중에 상속재산에서 돌려받는다"는 약정서와 이체 기록을 남겨 두세요. 그래야 부모님 빚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요.
  • 부모님 돈을 자녀 통장으로 옮겨 쓸 때는 전용 통장을 쓰고, 영수증을 모으고, 남은 돈은 상속재산으로 신고하는 것, 이 세 가지를 지키면 돼요.

우리 집 이야기

청주에 사는 한기철 씨(81)는 지난해부터 파킨슨병에 치매 증상까지 겹쳐 요양병원에 계세요. 아버지 이름으로 된 아파트도 있고 예금도 꽤 있지만, 병원비와 간병비는 맏딸 수진 씨와 막내 도윤 씨가 번갈아 자기 카드로 내 왔어요. 그렇게 들어간 돈이 벌써 6천만 원 가까이 됩니다. 요즘은 아버지가 은행 창구에서 본인 확인도 어려워지셨어요. 그러자 수진 씨가 물었어요. "아버지 통장 돈을 제 통장으로 옮겨서 병원비 내도 될까요? 나중에 세금 문제는 없을까요?"

요양병원의 기철 씨 곁을 지키는 수진 씨와 도윤 씨

먼저 결론부터

  1. 부모님께 재산이 있다면 병원비·간병비는 부모님 돈으로 내는 게 기본이에요. 자녀가 낸 돈은 그냥 두면 상속세에서 빼 주지 않을 수 있거든요.
  2. 자녀가 먼저 낼 수밖에 없다면 "나중에 상속재산에서 돌려받는다"는 약정서와 이체 기록을 남겨 두세요. 그래야 부모님 빚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요.
  3. 부모님 돈을 자녀 통장으로 옮겨 쓸 때는 전용 통장을 쓰고, 영수증을 모으고, 남은 돈은 상속재산으로 신고하는 것, 이 세 가지를 지키면 돼요.

하나씩 따져 보기

자녀 카드로 낸 병원비, 왜 손해일까

상속세는 돌아가신 날 남아 있는 재산에 매겨요. 병원비를 자녀 돈으로 내면 아버지 재산은 하나도 줄지 않으니 세금도 그대로예요.

게다가 세무서는 자녀가 낸 돈을 '자식으로서 당연히 한 부양'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요. 아버지가 자녀에게 갚아야 할 빚으로는 잘 쳐 주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효도는 했는데 세금으로는 두 번 손해를 보는 셈이죠.

자녀가 먼저 냈다면 '빌려드린 돈'으로 정리하기

재산이 넉넉한 부모님이라면 치료비는 원래 부모님 본인이 먼저 부담하는 게 맞아요. 그래서 자녀가 대신 낸 돈을 빌려드린 돈으로 정리해 두면 상속채무(돌아가신 분이 남긴 빚)로 인정받을 수 있어요.

결국 기록이 중요해요. 약정서, 자녀 통장에서 병원으로 바로 보낸 이체 내역, 형제들이 이 빚을 인정한다는 확인서를 함께 갖춰 두세요. 상속재산에서 빼는 채무는 법이 정한 방법으로 증명돼야 하거든요.

돌아가신 날까지 정산하지 못한 병원비도 돌아가시기 전에 생긴 빚이라 상속재산에서 뺄 수 있어요. 장례 뒤에 자녀 카드로 정산했더라도 영수증은 꼭 챙겨 두세요.

그림 15-1 병원비 대납 약정서 견본

아버지 돈을 자녀 통장으로 옮겨도 될까

부모님 돈이 자녀 통장으로 넘어가면 일단 증여(재산을 공짜로 넘겨받은 것)로 의심받기 쉬워요. 그래도 부모님이 스스로 돈을 관리하실 수 없어서 자녀가 맡아 병원비로 썼다는 게 분명하면 증여로 보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러려면 진단서와 소견서로 부모님 상태를 남겨 두세요. 병원비 전용 통장을 따로 만들어 내 돈과 섞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 돌아가실 때 그 통장에 남은 돈은 자녀 돈이 아니니 상속재산으로 신고해야 해요.

또 하나 알아 둘 게 있어요. 돌아가시기 전 1년 안에 부모님 재산에서 빠져나간 돈이 재산 종류별로 2억 원 이상(2년 안이면 5억 원 이상)인데 어디에 썼는지 분명하지 않으면, 그 돈도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돼요. 부모님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 병원비를 마련하는 경우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요. 영수증을 모아 두는 게 곧 세금을 지키는 일이에요.

부모님 돈 맡아 쓸 때 순서

정신이 맑으실 때 미리 해 둘 일

치매가 깊어지면 자녀라도 은행에서 부모님 돈을 찾기가 어려워져요. 미리 해 둘 수 있는 장치는 네 가지예요. 은행에 자녀를 거래 대리인으로 등록하기, 보험금을 대신 청구할 지정대리청구인 정하기, 의료비·요양비 용도로만 돈이 나가는 치매안심신탁, 공증으로 후견인을 미리 정해 두는 임의후견계약이에요.

은행 대리인 등록은 가장 손쉽지만, 치매가 심해지면 효력이 멈출 수 있어요. 금액이 크고 간병이 길어질 것 같다면 신탁이나 임의후견도 함께 해 두는 게 안전해요.

그림 15-3 이 병원비, 상속세에서 빠질까

숫자로 보기

누가 어떻게 냈느냐로 1,800만 원 차이

자녀가 낸 병원비가 상속채무로

각종 상속공제를 빼고 난 과세표준(세율을 곱하는 기준 금액)이 8억 원인 집이라고 가정해 볼게요. 병원비 6천만 원을 누가 어떻게 냈느냐에 따라 산출세액이 이렇게 달라져요. 신고세액공제 등은 빼기 전 금액이에요.

누가 냈나과세표준계산산출세액
자녀 돈(약정 없음)8억 원8억 × 30% − 6천만1억 8,000만 원
아버지 돈7억 4천만 원7억 4천만 × 30% − 6천만1억 6,200만 원
자녀 돈 + 약정서(채무 인정 시)7억 4천만 원7억 4천만 × 30% − 6천만1억 6,200만 원

같은 6천만 원인데 세금 차이가 1,800만 원이에요. 세 번째 방식은 자녀가 상속재산에서 6천만 원을 먼저 돌려받는 구조라, 형제간 정산도 깔끔해져요.

놓치기 쉬운 함정

  1. 돌아가신 뒤 형제 동의 없이 부모님 통장에서 돈을 찾으면 가족 간 고소로 번질 수 있어요. 사망신고를 하면 계좌가 금방 묶이니, 장례비·병원비는 은행에 청구서를 내고 병원이나 장례식장으로 바로 보내 달라고 해 보세요.
  2. 부모님께 빚이 있을 수 있다면 사망 후 예금 인출은 특히 조심하세요. 상속재산을 처분한 것으로 보여 상속포기나 한정승인(물려받은 재산 한도 안에서만 빚을 갚는 것)을 못 하게 될 수 있어요.
  3. 병원비 전용 통장에 자녀 생활비나 투자금이 섞이면 "맡아서 관리했을 뿐"이라는 설명이 통하지 않아요.
  4. 약정서를 돌아가신 뒤에 급히 만들면 믿어 주기 어려워요. 돈을 낼 때마다 날짜와 금액을 바로 남겨 두세요.

근거 조문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4조(상속재산의 가액에서 빼는 공과금 등) — 돌아가신 날 현재 남은 채무·공과금·장례비용은 상속재산에서 빼되, 채무는 정해진 방법으로 증명돼야 해요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5조(상속개시일 전 처분재산 등의 상속 추정 등) — 돌아가시기 전 1년 2억 원, 2년 5억 원 이상 인출하거나 빚을 졌는데 용도가 분명하지 않으면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해요

우리 집 점검표

  • [ ] 부모님 병원비·간병비를 부모님 통장이나 카드로 내고 있나요?
  • [ ] 자녀가 대신 낸 돈이 있다면 약정서와 병원 이체 내역을 갖췄나요?
  • [ ] 부모님 돈을 관리하는 병원비 전용 통장이 따로 있나요?
  • [ ] 진단서·소견서와 병원비·간병비 영수증을 한곳에 모아 두었나요?
  • [ ] 은행 대리인, 보험 지정대리청구인, 치매안심신탁, 임의후견 중 해 둔 것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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